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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그리고 증거

소송 그리고 증거
09-12-16 09:11 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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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그리고 증거

독자들은 한 번쯤 이런 말을 하거나 들어 보셨을 겁니다.

‘심증은 있는데 물증이 없다. 동네 사람들 모두가 알고 있다. 업계 관행이다.’ 과연 위와 같은 말들이 실제 법정에서는 어떤 의미가 있고, 소송당사자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판사는 판결로 말한다’법언이 있습니다. 이 법언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판사는 사건의 결론을 판결문을 통하여 표현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소액 사건을 담당하는 재판부를 제외한 재판부는 판결로 선고되는 모든 사건을 면밀히 검토하여 판결 이유가 기재된 판결문을 작성합니다.

그러면 판사는 어떤 과정이나 절차를 거쳐 판결문을 작성하는 것일까요

먼저 당사자(원고와 피고, 피고인)의 주장을 세심히 살펴보고 그와 같은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가 있는지, 법률이론이나, 관련 법조문에 비추어 맞는지를 판단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다른 것도 중요하지만 당사자의 주장을 뒷받침할 자료 즉 증거가 있는지를 면밀히 검토합니다. ‘동네 사람들이 모두 알고 있어도, 업계 관행이라도’ 사건을 담당하는 재판부를 설득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증거를 제출하지 못한다면 당사자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증거의 가치가 발휘됩니다.

필자는 현재 대전지방법원에서 행정사건 중 국가유공자관련사건, 산업재해관련사건 및 소액사건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증거와 관련된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합니다.

# 장면 1

우리 지방에 있는 모 회사에 입사하여 근무하던 젊은 연구원이 입사한 지 1년이 지나지 않아 사망한 사건에서 그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망인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여 달라는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피고 근로복지공단은 망인이 사망할 무렵 업무상의 과로가 없었다며, 망인의 회사 출입 시간 및 망인의 컴퓨터가 켜져 있었던 시간이 기록된 자료를 제출하였습니다. 필자는 위 증거를 검토하면서 망인이 사망할 무렵 망인에게 업무상 과로가 없었던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한편 원고는 망인이 활동하던 동호회 회원에게 발송한 ‘회사 업무가 너무 바쁘고 힘들어서 참석할 수 없고, 회사 생활이 너무 힘들고 스트레스가 많아서 다른 회사로의 이직 또는 대학원 진학을 고려하고 있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증거로 제출하였습니다. 이에 필자는 위 증거와 그 외에 다른 증거를 종합한 결과 망인이 업무상의 과로와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사망에 이르렀다고 판단하여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위 사건에서 다른 증거도 있었지만 망인이 보낸 위 이메일이 결정적 증거였음은 물론입니다.

# 장면 2

당사자 중에는 군 복무를 하던 중 부상을 당하였다고 주장하면서 국가유공자로 등록하여 달라는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원고가 국가유공자로 등록되기 위하여 군 복무 중에 상이를 입었고 그 상이가 군 복무와 관련이 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합니다. 이와 관련된 사례를 소개합니다.

원고는 1966년 3월경 부대의 탄약고에서 발생한 사고로 왼쪽 팔에 부상을 입었는데, 탄약고 보초근무 중 괴한이 침입하여 이를 뒤쫓다가 원고의 총기로부터 잘못 발사된 총알에 의해 왼쪽 팔목에 관통상을 입었다면서 국가유공자로 등록하여 달라는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소속 부대의 상관은 원고의 위 부상에 대하여 ‘공상’으로 기재하여 입원명령기록지를 작성하였고 그와 같은 사실이 있었음을 증언하였으며, 나아가 위 부상 부위에 대하여 총기 사고로 보인다는 의학적인 자료가 제출되어, 원고를 국가유공자로 등록하지 아니한 보훈청장의 국가유공자등록거부처분은 위법하다는 판결을 하였습니다.

# 장면 3

원고가 피고에게 돈을 대여하였다며 금전의 지급을 구하는 사건입니다. 원고가 피고에게 돈을 송금한 자료는 제출이 되었는데, 피고는 투자금으로 받았다든지, 제3자가 피고 명의를 빌려달라고 하여 명의만을 빌려 주었을 뿐이지 원고로부터 돈을 빌린 것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떤 결론을 내릴까요 원고가 피고로부터 차용증을 받아 두었다면 어떤 결론을 내려야 할까요

사건을 담당한 재판부는 당사자가 제출하는 증거에 의하여 비로소 소송의 실체를 파악하게 됩니다. ‘내가 산 흔적일랑 남겨둬야지’라는 가사처럼, 하여튼 증거를 남깁시다.

대전지방법원 부장판사 오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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